감자심포니? 교향악(심포니)형식을 따라 구성
이 영화는 제목처럼 교향악(심포니) 느낌의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의 이야기지만 악장처럼 챕터가 바뀜에 따라 그 속의 주인공과 분위기, 속도감이 달라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에는 영화 친구가 생각나게끔 하는 느와르 장르인가 싶다가도 챕터가 바뀌면서 액션이, 또 다른 챕터에서는 다시 이 영화가 코메디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이야기가 구성되어 진행된다. 이 영화에는 감독의 센스가 남다르다. 관객의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는다. 심각한 갈등 장면에서 갑자기 코메디가 튀어나오고 코메디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 부분에서는 갑자기 갈등이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남자들의 유치한 이야기지만 감독 특유의 연출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영화를 만들어낸 것 같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
감자심포니는 고향을 떠났던 전설의 주먹 백이가 어린 딸과 함께 고향에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재 지역에서 조폭 두목이자 고등학교 시설 백이의 라이벌 이였던 진한은 고향에서 모두가 알아주는 잘나가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백이와 함께 어울려서 주먹 좀 쓰고 다녔던 절벽, 혁이, 이노끼는 리더인 백이가 고향을 떠나고 나서는 이제는 진한 앞에서는 기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 이였다. 그러던 중 무리의 리더였던 백이가 고향에 돌아오자 친구들은 백이를 반기며 다시 한번 과거 자신들의 리더였던 백이를 기대하지만 백이는 이제 그럴 마음이 없다. 그러면서 생기는 갈등과 이야기를 감독 특유의 감각과 유머로 잘 그려낸 영화이다.
물론 영화적인 한계는 있다. 독립영화의 한계인지 특성인지 영화 전개하는데 있어 친절한 설명은 생략하고 대부분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어떤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유추를 해야만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이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말이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좋아하는 주제가 있다. 유치하지만 싸움, 친구, 우정, 학창시절 이라는 주제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남자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주제다. 이 영화에는 이 모든 주제가 녹아 있으니 남자라면 안 좋아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친구>, <짝패>, <바람>을 좋아하는 남자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강원도 영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감자는 옥수수와 함께 강원도를 상징) 영화는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했으며 감독, 배우를 비롯해 스텝들까지 영월 출신으로 구성되었고 영월군에서 1억 5000만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말 그대로 강원도 영화이다. 경상도나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많이 제작 되었지만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드물다. 지금 언뜻 생각해봐도 이 영화 외에는 다른 영화가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과장되지 않은 강원도 말들이 많이 나온다. 지금 가장 생각나는 대사가 “술 한잔 마세” 인데 표준어로는 “술 한잔 먹어”를 강원도 사투리로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표현이다. 그렇다고 제주방언처럼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 영화를 보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강원도 특유의 감성이나 사투리를 듣는 재미도 영화를 보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감독 겸 배우 전용택
감독이자 영화에서 절벽으로 나오는 전용택은 배우 유오성의 초중학교 동창으로 그 인연으로 유오성은 노개런티로 영화를 함께 촬영했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자란 전용택은 친구인 유오성이 말하기로 영월의 천재였다고 한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연세대에 입학했지만 4년 내내 연극에 빠져 살았던 전용택은 프랑스로 건너가 본격적인 영화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감자심포니는 전용택 감독의 첫 영화 데뷔작이다. 감자심포니는 개봉 당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독립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제4회 한불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전용택은 촉망받은 신예 감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감자심포니 이후에는 아직까지 다른 작품활동을 찾아 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