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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남자들이 꼭 봐야 할 현실적인 군대 영화

by 보배주인장 2024. 1. 2.

대한민국 군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다

 예전에 어떤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감독이 국방부에 가짜 시나리오를 제출해서 제작 지원을 받았다고 들었다. 영화가 다 제작되어서 국방부 관계자들이 봤으면 아마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것이다. 영화는 대한민국 군대라는 단체의 부조리와 악습을 어떤 다른 영화들 보다 가장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이 있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공동경비구역 JSA> <1999, 면회> 등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이 나왔지만 정말 대한민국 군대 문화를 보여줬던 영화는 없었다. 내가 다녀온 군대는 사회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곳이였다. 그런 군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들과 감정들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잘 보여준 영화여서 내 군대 동기들에게도 여러 번 추천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변화를 감당할 수 없었던 청년

남들보다 늦게 군대에 입대한 주인공 승영은 학교를 다니다 늦게 군대에 들어온다. 승영은 선임이면 후임에게 함부로 대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규칙과 질서가 있는 군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선임과 후임 관계지만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것이고 내무 부조리는 없어져야 마땅한 것이며, 본인이 고참이 되면 후임에게 정말 잘하는 선임이 되어 부조리를 없애 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또 다른 주인공 태정. 그는 병장이며 현재 내무반에 실세이다. 후임들의 군기반장으로 엄격하게 굴기도 하지만 정이 있고 뒤끝이 없으며 선임에게도 잘하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군생활을 충분히 이해하고 잘 적응한 사람이다.

이야기는 말년병장 태정의 중학교 동창인 승영이 내무반 신참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군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승영이였지만 현재 실세인 친구 태정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군대 생활을 해 나가지만 그런 승영으로 인해 태정은 곤란한 상황에 몰리기 일쑤다. 태정은 군대에서는 시키는대로 해야 편하다는 충고와 걱정을 하지만 승영은 그런 충고에도 자신이 고참이 되면 군대의 나쁜 관행들을 모두 바꿀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태정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역을 하고 승영도 지훈이라는 후임을 두게 된다. 지훈은 우리가 군대에서 흔히 말하는 관심병사다. 어리버리하고 선임들이 놀려먹기 좋은, 괴롭히기 좋은 그런 후임이다. 승영은 소신대로 지훈에게 잘해주지만 그럴수록 부내 내에서 따돌림은 심해지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승영은 결국 부조리에 굴복하고 그가 그렇게 싫어하던 고참들과 똑같이 변해간다.

1년 후, 군대 기억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태정에게 갑자기 승영이 연락이 와 둘은 만나게 되었고 여관에서 하루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승영은 태정에게 군에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만 태정은 더 이상 군대 이야기를 하고 싶지가 않아 다투게 되고 화가 난 태정은 뛰쳐 나갔지만 승영이 마음에 걸려 이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승영은 욕조에서 칼로 손목을 긋고 자살을 한다.

남자들에게 너무 공감가는 영화

이 영화는 남자들에겐 너무나 공감이 가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군대 생활이 생각났다. 처음 군대에 갔을 때 선임들이 너무 무서웠고 말도 안되는 규칙들과 군대 문화에 적응하기가 힘이 들었다. 나도 처음엔 승영처럼 내가 고참이 되면 이런 부조리한 문화들은 다 바꾸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역시 남들과 다르지 않았고 남들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했고 군대 생활에 금방 적응하고 부조리한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전역을 하고 지금껏 나는 나름대로 군생활을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근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했던 군생활이 과연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냥 부조리한 것들에 순응하며 살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긴 여운이 남았고 지금도 한 번씩 군대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영화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한 번쯤은 꼭 봤으면 하는 영화고 진짜 군대 문화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